꽃차 한 잔에 담긴 17년의 이야기… 샤로수길 ‘꽃담 다화원’ 하정이 명인

세 번의 암 투병과 뇌경색을 겪으며 만난 꽃차, 이제는 우리 꽃의 가치를 알리는 명인이 되다

관악구 샤로수길 골목, 번영빌딩 3층에 자리한 ‘꽃담 다화원’. 이곳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채운 투명한 유리병 속에서 사계절 우리 꽃의 다채로운 빛깔을 만날 수 있다. 꽃담 다화원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찻집이 아니다. 국내산 유기농 꽃으로 만든 덖음 꽃차를 맛보고, 꽃차 소믈리에 교육까지 받을 수 있는 복합 교육·체험 공간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하정이 대표는 세 차례의 암 투병과 뇌경색 등 힘겨운 시간을 지나 꽃차 연구에 몰두해 왔다. 현재는 사단법인 한국꽃차협회에서 인정한 ‘대한민국 꽃차명인 8호’로 활동하고 있다.

꽃차에 담긴 삶의 이야기부터 챗GPT로 탄생한 브랜드 이름, 좋은 꽃차를 만드는 원칙까지. 하정이 명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꽃담 다화원

Q. ‘꽃담 다화원’은 어떤 공간인가요? 이름에 담긴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하정이 명인: “꽃담 다화원은 100% 국내산 유기농 인증 꽃으로 만든 덖음 꽃차를 맛보고, 배우고, 체험하는 공간​입니다. 꽃차 전문가인 소믈리에를 양성하는 교육장 역할도 하고 있지요.

처음에는 ‘다경꽃차교육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시기에 월세 부담과 부상까지 겹치면서 잠시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이후 정부의 재기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었죠.

새 출발을 앞두고 브랜드 이름을 바꾸고 싶었어요. 전문 업체에 문의했더니 이름 짓는 비용만 200만 원이라고 하더군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죠. 그때 소상공인 교육에서 배운 챗GPT(ChatGPT)​가 떠올랐어요. ‘수제 명품 덖음 꽃차 카페 이름을 지어줘’라고 물었더니 ‘다하원’이라는 이름을 추천하더라고요.

이후 다시 이름을 지어달라고 질문하면서 ‘꽃을 담아낸다’는 뜻의 ‘꽃담’​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어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꽃담 다화원’입니다. 이름부터 로고까지 직접 완성했으니 더욱 애착이 가는 브랜드죠.”

Q. 꽃차를 평생의 업으로 삼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하정이 명인: “제게 꽃차는 단순한 차가 아니에요. ​힘들었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입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며 풀과 꽃을 가까이했어요. 그런데 성인이 된 후 건강이 많이 나빠졌습니다. 암 투병을 세 번이나 겪었고, 2006년에는 뇌경색까지 찾아왔어요. 신장 수술도 받으면서 몸과 마음이 무척 지쳐 있었죠.

그러다 15년 전, 집 1층에 ‘다경 24시 커피 앤 브런치’를 열면서 차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문득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봄이면 어머니께서 약초를 쌀뜨물로 손질하며 ‘법제’하시던 모습이었죠.

그 기억을 되살려 백목련 꽃봉오리를 쌀뜨물로 손질하고 정성껏 덖어 차로 만들어 마셨어요. 따뜻한 차를 마시니 몸에 온기가 돌고 기운을 얻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경험을 계기로 꽃차를 더욱 깊이 연구하게 됐어요. 꽃마다 다른 특성을 공부하고 덖는 방법을 익히며, 꽃차 소믈리에 교육과정도 체계화했습니다.

꽃차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이어온 지도 어느덧 17년째입니다. 이제는 제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 무엇보다 큰 기쁨입니다.”

Q. 시골에서 자란 경험이 꽃차 연구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하정이 명인: “어릴 적 시골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자연이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훌륭한 교과서였어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에도 저마다 이름과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웠거든요. 지금도 지자체나 농업기술센터에 강의를 나가면 어르신들께 이런 질문을 자주 드려요.

‘제피나무와 산초나무가 어떻게 다른지 아세요?’

두 나무는 생김새가 비슷해 헷갈리기 쉬워요. 제가 설명하는 구별법 중 하나가 가시가 나는 모습입니다. 제피는 어린잎과 열매를 장아찌로 담그기도 하고, 산초는 열매에서 기름을 짜기도 하지요. 이처럼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식물도 제대로 알고 활용하면 지역의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어요.

저는 단순히 꽃차 만드는 방법만 가르치고 싶지는 않아요. 자연에서 얻은 지혜를 배움으로 연결하고, 그 배움이 농가의 새로운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돕고 싶습니다.

어르신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활용법을 배우며 기뻐하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꽃차 원료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지키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하정이 명인: “저희 꽃담 다화원에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하나 있어요. 바로 ‘100% 국내산 친환경 유기농 인증 꽃만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꽃차는 꽃잎을 통째로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잖아요. 그래서 어떤 꽃을 사용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보기 좋고 향기가 좋다고 해서 아무 꽃이나 차로 만들 수는 없어요. 특히 수입산 꽃차는 장거리 운송과 가공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원료의 안전성과 위생 상태를 더욱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유기농 인증을 받지 않은 꽃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어요. 우리 땅에서 정직하게 재배한 꽃을 엄선하고, 꽃마다 특성에 맞게 정성껏 덖어냅니다. 꽃 본연의 빛깔과 은은한 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죠.

‘좋은 꽃차는 좋은 원료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제가 오랫동안 꽃차를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지켜온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Q. 꽃차를 처음 접하는 손님에게 추천하고 싶은 대표 상품은 무엇인가요?

하정이 명인: “처음 꽃차를 접하는 분들에게는 네 가지를 추천해 드려요. 꽃마다 색과 향, 맛이 달라 취향에 맞게 선택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첫 번째는 꽃담 다화원의 대표 상품인 ‘백목련차’입니다. 제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차예요. 꽃차 연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니까요. 백목련은 꽃 한 송이로 1.5~2리터 가까이 우려낼 수 있을 만큼 여러 번 즐길 수 있습니다. 박하처럼 시원하고 상쾌한 향이 나고, 찻물은 은은한 황금빛을 띠어요. 특히 환절기에 따뜻한 차를 찾는 분들에게 권해드립니다.

두 번째는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인 ‘금어초차’입니다. 식물성 감미료인 스테비아를 더해 달콤한 맛을 살렸어요. 꽃차 특유의 맛이 낯선 분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죠. 특히 젊은 세대나 꽃차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좋아합니다.

세 번째는 붉은빛이 아름다운 ‘맨드라미차’입니다. 맨드라미는 예부터 화전의 고명으로 사용하거나 물김치에 붉은색을 낼 때 활용하던 꽃이에요. 차로 우려내면 마치 와인처럼 고운 붉은빛이 퍼집니다. 맛뿐 아니라 눈으로 즐기는 재미도 큰 꽃차죠.

네 번째는 신비로운 색을 자랑하는 ‘당아욱차’입니다.

꽃을 우려내면 맑고 푸른 보랏빛이 나타나요. 투명한 유리잔에 담으면 색이 더욱 아름답죠. 식혜에 천연의 고운 색을 내는 재료로 활용하기도 해요. 색이 특별해 꾸준히 찾는 분들이 있습니다. 꽃차는 단순히 마시는 음료가 아니에요. 한 송이 꽃이 물속에서 피어나고, 색과 향이 퍼지는 과정을 함께 즐기는 차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Q. 꽃차를 맛있게 우려 마시고 보관하는 방법도 알려주세요.

하정이 명인: “꽃차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 차단’​이에요. 잘 덖어 말린 꽃차라도 습기가 스며들면 변질되거나 벌레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직사광선을 피하고, 뚜껑을 꼭 닫아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밀봉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를 우릴 때는 펄펄 끓는 물보다는 한 김 식힌 따뜻한 물을 사용해 보세요. 첫물을 가볍게 부어 꽃잎을 깨우듯 우려내면 됩니다. 저희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 친환경 티백도 활용하고 있어요. 한 번 우려내고 버리기보다는 따뜻한 물을 여러 번 보충하면서 꽃차를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꽃차는 천천히 우려 마실수록 색과 향을 음미하는 즐거움이 커집니다.”

Q.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이 꽃차를 즐기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나요?

하정이 명인: “재미있는 차이가 있어요.

중장년층 손님들은 차를 권하면 가장 먼저 이렇게 물으세요. ‘이거 어디에 좋아요? 몸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건강을 생각하며 꽃차를 찾는 분들이 많은 거죠.

반면 젊은 손님들은 조금 달라요. 꽃차의 효능보다는 색과 향,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에 먼저 관심을 보이거든요. 투명한 유리 티팟에 따뜻한 물을 부으면 꽃잎이 서서히 펼쳐지고, 찻물도 노란색이나 붉은색, 보랏빛으로 물들어요. 그 모습을 보며 감탄하고 사진도 찍지요.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분들도 향을 맡고 맛을 보면서 꽃차의 매력을 발견합니다. 커피도 처음 우리 생활에 들어왔을 때는 낯선 음료였잖아요. 지금은 누구나 즐기는 일상적인 문화가 됐죠. 저는 꽃차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꽃차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요. 언젠가는 우리 꽃차가 세계인들이 즐기는 새로운 차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꽃담 다화원’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하정이 명인: “우리나라 꽃차의 가치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꽃차 소믈리에 교육을 통해 후학들을 길러내고, 우리 땅에서 자란 유기농 꽃차의 우수성을 해외에도 널리 알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꽃담 다화원이 누구나 편안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에 지쳐 잠시 쉬어 가고 싶을 때, 마음에 여유가 필요할 때 언제든 찾아오세요. 따뜻한 꽃차 한 잔을 나누며 쉬어 가셔도 좋습니다.

투명한 찻잔 속에서 꽃이 다시 피어나듯, 여러분의 하루에도 따뜻한 봄날의 온기가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꽃 한 잔에 담긴 삶의 철학

하정이 명인에게 꽃차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힘겨운 시간을 지나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삶의 동반자이자, 오랜 연구와 배움의 결실이다. 국내산 유기농 꽃을 고집하는 원칙, 꽃차 소믈리에를 양성하는 교육, 우리 꽃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싶은 꿈.관악구 샤로수길의 작은 공간 ‘꽃담 다화원’에는 오늘도 하정이 명인의 17년 꽃차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 에디터 추천 포인트 : 관악구 샤로수길에 들러 명인이 만든 유기농 꽃차를 꼭 한번 드셔보시길 추천한다.

  1. 대한민국 8호 꽃차명인의 내공: 암 투병을 딛고 자연 치유의 길을 열어낸 장인의 깊은 손맛

  2. 100% 친환경 유기농 우리 꽃: 잔류 농약 걱정 없이 꽃잎 통째로 안전하게 마시는 프리미엄 명품차

  3. 오감만족 힐링 테라피: 찻잔 속에서 꽃이 피어나는 시각적 감동과 천연 아로마의 편안한 휴식

인터뷰어 : 김유미, 김순화 사진 : 임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