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의 수많은 사연이 벽면을 채우는 곳…
배고픈 청춘들의 든든하고 편안한 쉼터가 되고 싶습니다”

신림역 5번 출구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소박하지만 따스한 불빛을 밝히고 있는 ‘스타sgt커피’가 나타난다. 문을 열고 매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벽면 전체를 빈틈없이 덮고 있는 형형색색의 포스트잇과 손글씨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국가자격 필기시험 합격했어요!", "관악경찰서 총경 승진 축하", "신림동에서 2년 동안 울고 웃고 갑니다", "연애 2173일째, 우리 결혼 2년 차, 내년 2월 아기 출산 예정" 등 청춘들의 기쁨과 눈물, 성장의 순간들이 켜켜이 붙어 있다.
혼자 사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과일과 샌드위치를 내어주며 골목의 온도를 높여온 홍미자 대표와 긴 대화를 나눴다.
Q. 과거 교육 쪽 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신림동 골목에서 카페를 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홍미자 대표: "원래는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 일을 했어요. 그러다 새로운 길을 찾으면서 '아이들과 젊은 친구들에게 신선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제대로 대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신림동 골목에 와보니 혼자 나와 자취하는 청년들이나 1인 가구가 참 많았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청춘이란 시절은 항상 주머니가 얇고 배가 고프잖아요. 비싼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매일 커피나 음료를 사 마시기엔 부담스러운 친구들이 많아요. 그 젊은 친구들이 돈 걱정 없이 배를 채우고, 언제든 들러 한숨 돌릴 수 있는 따뜻한 쉼터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벽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손글씨 메모들이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자 역사관 같습니다.
홍미자 대표: "손님들이 직접 써서 붙이고 가신 이 메모들이야말로 우리 가게의 정체성이자 가장 큰 보물이에요. 처음 혼자 와서 불안한 얼굴로 '공무원 시험 합격하게 해주세요' 적고 가셨던 분이 몇 달 뒤 환하게 웃으며 '필기 합격했다'고 또 적어주시고, 연애하면서 알콩달콩 적던 커플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하러 오기도 해요. 심지어 관악경찰서 과장님이 총경으로 승진했다는 축하 글까지 붙어 있죠. 단순히 커피만 테이크아웃해 가는 무미건조한 가게가 아니라,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가 있는 공간', 마음이 푹 놓이는 '편안한 공간'이 바로 제가 꿈꾸던 가게의 모습입니다."

Q. 음료와 주스를 만드실 때 사장님만의 아주 독특하고 고집스러운 원칙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홍미자 대표: "저희는 과일주스를 만들 때 시럽으로 대충 단맛을 내는 방식을 절대 쓰지 않아요. 딸기든 망고든 수박이든 과일을 정말 듬뿍 넣습니다. 그런데 과일을 많이 넣고 믹서기로 오래 갈아버리면 주스가 그냥 밋밋해져서 과일이 많이 들어갔다는 걸 손님들이 눈으로나 혀로나 체감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고안한 방법이 믹서기를 길게 돌리지 않고 살짝만 회전시켜 과육 알갱이가 입안에서 톡톡 씹히도록 만드는 거예요. 라떼에 들어가는 딸기도 큼직하게 썰어 얼려 보관했다가 식감이 살도록 갈아냅니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음료를 마실 때 얼음 사이로 아삭아삭한 과일 알갱이가 그대로 느껴지니, 드셔보신 분들은 '여긴 정말 과일을 아끼지 않는 집'이라고 단번에 알아채 주시죠."

Q. 커피 가격이 1,000원대 후반으로 여전히 매우 저렴합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쉽지 않은 결정일 텐데요.
홍미자 대표: "원래 아메리카노를 1,500원, 1,700원에 판매하다가 원부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 최근에 부득이하게 200원을 인상했어요. 그래서 지금 1,700원~1,900원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라 여전히 많이 저렴하죠. 골목 상권인 데다 주 고객층이 학생들과 사회초년생 청년들인데 마진 많이 남기겠다고 가격을 팍 올릴 수가 없더라고요. 저도 테이크아웃 위주로 운영하면서 단가를 최대한 낮추고, 청년들이 매일 아침 출근길이나 등굣길에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골목 카페로 남고 싶어 이 가격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Q. 캔 실링(캔시머) 포장기를 도입하셨는데, 실제 단체 주문이나 배달 현장에서는 어떤 반응인가요?
홍미자 대표: "캔 실링 포장은 정말 잘 도입했다고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예요. 캔으로 완벽하게 밀봉되니까 일반 플라스틱 컵처럼 쏟아지거나 샐 염려가 전혀 없거든요. 특히 500ml 캔은 위에 여닫을 수 있는 뚜껑이 따로 달려 있어서, 가방에 쏙 넣어두었다가 마시고 싶을 때 조금씩 나눠 마시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직장인분들이나 구청, 학교, 동네 평생학습관 등에서 인문학 특강이나 회의, 연수 행사를 할 때 샌드위치와 캔 음료를 세트로 묶어 30개, 50개씩 단체 간식으로 주문해주시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예산에 맞춰 맞춤형 구성이 가능하니 담당자분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아요."
Q. 배달 앱 리뷰에도 AI 자동 답글이 아니라 일일이 직접 손댓글을 다신다고 들었습니다. 손님들과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홍미자 대표: "요즘은 배달 리뷰 답글도 매크로나 AI로 똑같이 찍어내는 집이 많잖아요. 하지만 저는 손님이 짧은 리뷰 한 줄을 남겨주셔도 그 마음이 고마워서 제가 직접 진심을 담아 답글을 씁니다. 한번은 신림동을 떠나 다른 먼 동네로 이사를 가신 예전 단골손님이 배달 앱으로 주문을 주셨더라고요. 그러면서 '사장님, 옛날에 신림 살 때 자주 가던 생각이 너무 나서 멀리서 일부러 시켰어요'라고 글을 남기셨는데, 그 글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져서 저도 진솔하게 장문의 답장을 드렸죠. 손님들은 그 댓글이 사장님이 직접 쓴 건지, 기계가 쓴 건지 다 아시거든요. 그런 인간적인 교감이 오갈 때 장사하는 피로가 싹 씻겨 내려갑니다."
Q. 반면 매장을 운영하시면서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고민이나 개선하고 싶은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홍미자 대표: "저희 매장이 약 11평 정도 되는 공간인데, 사실 안쪽에 잘 활용되지 못하는 빈 공간이 꽤 있어요. 테이크아웃 중심이지만, 비나 눈이 쏟아지는 궂은 날이나 한겨울 추운 날에는 손님들이 들어와서 편히 앉아 대화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절실하거든요. 안쪽 공간을 조금만 트고 정비해서 의자를 몇 세트 더 놓으면, 이웃들이 회의도 하고 담소도 나눌 수 있는 훌륭한 사랑방이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예전에 앞쪽 공간을 조금 트는 데도 폐기물 처리비용까지 해서 100만 원 넘게 든 적이 있어서 선뜻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소상공인을 위한 공간 개선이나 간판 정비 지원 사업이 있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스타sgt커피를 찾아올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홍미자 대표:"스타sgt커피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지치고 힘든 날, 시원하고 신선한 과일주스 한 잔과 속 꽉 찬 샌드위치 하나로 배도 채우고 마음도 달래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벽에 여러분만의 고민이나 소망도 편안하게 적어두고 가세요. 늘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서 따뜻한 미소와 정성으로 여러분의 청춘을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어 : 김유미 사진 : 임남석
[기본 정보]
상호명 : 스타sgt커피
대표자 : 홍미자
위 치 :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7길 (신림역 5번 출구 인근 골목)
영업시간 : 10:00 ~ 22:00
대표메뉴 : 수제 샌드위치(에그마요 등), 생과일주스(딸기·망고·꿀토마토·수박), 캔 실링 아메리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