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대 주민들의 골목 아지트— ‘카페산다’에서 만나는 커피 장인 '김창원' 대표

 

낙성대역 4번 출구를 나와 복잡한 대로변을 지나 골목 안쪽으로 접어들면,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은은하게 번지는 깊고 산뜻한 원두 향이 먼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2010년 문을 연 이래 17년째 한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스페셜티 커피의 아지트, ‘카페산다’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이 깃든 목재 테이블과 전 세계 유수 농장에서 날아온 원두 자루들, 단정하게 정리된 드립 기구들이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매장 한편에서는 주전자를 쥔 사장님의 고요한 숨소리와 똑똑 떨어지는 커피 방울 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10여 년간 대학로와 대형 공연 기획사에서 티켓 예매망을 조율하고 언론 보도자료를 쓰던 전문 공연기획자 출신이자, 지금도 전국의 스페셜티 커피 현장을 탐방하며 책을 집필 중인 김창원 대표를 만나 그의 17년 커피 인생과 확고한 '3중(三中)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카페산다(山茶)’라는 상호가 매우 시적입니다. 공간의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깃들어 있나요?

김창원 대표: “뫼 산(山) 자에 차 다(茶) 자를 씁니다. 본래는 산에서 나는 맑은 차,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의 호와 글에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도 차를 즐기며 삶을 성찰했듯, 산에서 나는 차처럼 맑고 본질적인 커피를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한글로 읽히는 ‘함께 살아간다(生)’는 중의적인 뜻을 더했습니다. 동네 이웃들과 커피 한 잔을 가운데 두고 온기를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 되길 바랐지요. 17년 전 1호점 자리에서 처음 커피를 볶기 시작했을 때나, 옆 건물인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지금까지도 그 마음은 늘 한결같습니다.”

 

Q. 과거 10년 넘게 공연기획자로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커피를 내리는 골목 바리스타로 전향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창원 대표: “대학로와 대형 기획사에서 티켓링크, 인터파크, 옥션 같은 대형 티켓사 담당자들을 만나 좌석을 배정하고, 일간지 기자들을 찾아다니며 공연 보도자료를 쓰던 베테랑 기획자였습니다. 공연 홍보를 하며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나고 커피를 접했는데, 어느 순간 무대 위의 화려함보다 작은 잔 하나에 원두의 풍미를 응축해 내는 커피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었어요. 2008년부터 생두와 로스팅, 드립을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고, 2010년 공연 일과 카페를 병행하다가 완전히 전업하게 되었습니다. 기획자로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를 만들던 감각이, 이제는 최고의 원두로 한 잔의 감동을 완성하는 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Q. 사장님께서 커피를 대할 때 목숨처럼 지키는 ‘3중(三中) 철학’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김창원 대표: “장사를 시작하면서 스스로 다짐한 원칙이자 우리 카페의 뼈대입니다. 바로 '신중(愼重)', '집중(集中)', '진중(珍重)'의 세 가지 '중(中)'입니다.

첫째, 원두를 고를 때는 더없이 ‘신중’해야 합니다. 아무리 로스팅이나 추출 기술이 화려해도 콩 자체가 나쁘면 절대 좋은 커피가 나올 수 없습니다. 전 세계 30~50여 개 수입 전문 생두 업체의 커핑 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하고 최고 등급 생두만 엄선합니다. 벌레 먹거나 발효된 결점두를 손으로 하나하나 골라내는 핸드픽 작업에도 타협이 없습니다.

둘째, 커피를 내릴 때는 고도의 ‘집중’을 쏟습니다. 물의 온도, 굵기, 붓는 속도에 따라 맛의 결이 천차만별로 바뀝니다. 추출하는 그 몇 분 동안은 매장 안의 어떤 소음도 잊고 오직 원두 가루와 물줄기의 팽창, 향의 피어오름에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셋째, 완성된 커피를 손님에게 낼 때는 더없이 ‘진중’하게 대합니다. 잔 하나, 온도 하나까지 신경 써서 정성을 다해 건넵니다. 마진을 챙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손님이 그 한 잔을 비우는 동안 일상의 고단함을 잊고 최고의 미식적 쾌감을 누릴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대접하는 것이 저의 도리이자 철학입니다.”

 

Q. 최근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카페가 대부분인데, 배달을 전혀 하지 않으신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창원 대표: “배달 앱을 켜두면 주문 알림 소리와 기사님들의 출입으로 홀의 차분한 공기가 깨집니다. 무엇보다 배달 포장을 신경 쓰다 보면, 정작 매장에 찾아와 자리를 지켜주시는 손님에게 온전히 쏟아야 할 집중력이 분산돼요. 갓 내려서 김이 피어오르고 향이 생생하게 살아있을 때 마셔야 제맛인 핸드드립 커피가 배달 통 안에서 식어가는 것도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조금 덜 벌더라도, 오직 우리 문을 열고 들어와 앉아 계신 손님 한 분 한 분의 잔에만 100% 집중하겠다는 고집입니다.”

Q. 파나마 잔슨 게이샤(Janson Geisha)나 케냐 AA 같은 고급 싱글오리진 원두를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에 판매하고 계신데요. 원가 부담은 없으신가요?
김창원 대표: “돈을 벌겠다고 원가 계산만 따지다 보면 좋은 원두를 과감하게 들여오기가 어렵습니다. 제 목표는 큰돈을 버는 것보다 동네 골목에서도 누구나 부담 없이 좋은 스페셜티 커피를 경험하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자스민이나 얼그레이, 열대과일처럼 다양한 향미를 느끼시고 손님들이 잔을 깨끗이 비운 뒤 ‘정말 맛있었다’고 말씀해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특히 게이샤 커피가 인기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커피인가요?
김창원 대표: “게이샤 커피는 전 세계 커피 가운데 1% 안에 들 정도로 좋은 커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커피를 낙성대에서도 부담 없이 즐기실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희 카페에서는 입소문을 타면서 게이샤 블렌딩 아메리카노가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Q. 매일 아침 구워내는 수제 스콘과 쿠키도 단골들에게 큰 인기입니다.

김창원 대표: “커피만 잘해서는 완벽한 쉼이 될 수 없습니다. 매일 아침 질 좋은 무염 버터와 밀가루 배합을 직접 맞춰 15분간 정성껏 스콘과 쿠키를 굽습니다. 방부제나 인공 첨가물 없이 정직하게 구워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죠. 자스민과 베리 향이 감도는 화사한 산미의 핸드드립 커피 한 모금과 버터 풍미 가득한 스콘 한 조각의 페어링은 저희 매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조화입니다.”

 

Q. 현재 전국의 스페셜티 커피를 탐방하며 단행본 출간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김창원 대표: “오랫동안 단골로 찾아오신 은퇴 교수님과 뜻이 맞아 커피 기행 책을 집필 중입니다. 서울과 전국의 개성 있는 스페셜티 카페 50여 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생두의 산지, 추출의 결, 공간의 철학을 기록하고 있어요. 남들에게 알리기 전에 스스로 더 깊이 탐구하고 공부하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원고가 마무리되면, 커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좋은 나침반이 될 책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손님들에게 ‘카페산다’가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김창원 대표: “동네 주민들에게 '커피에 진심인 사람이 지키고 있는 집', '언제 가도 실망하지 않는 곳'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3중(三中)의 원칙처럼 매일 원두를 신중하게 고르고, 고도의 집중으로 추출하여, 진중한 태도로 대접하겠습니다. 언제든 낙성대 골목길 ‘카페산다’로 오세요.

김창원 대표는 “돈을 벌겠다고 원가 계산기만 두드리면 좋은 생두를 사 올 수 없습니다. 좋은 재료를 쓰는 게 맛의 전부예요.” 손님들에게 최상의 미식 경험을 전하고 싶어서다. 여기에 매일 아침 질 좋은 무염 버터로 15분간 정성껏 구워내는 겉바속촉 수제 스콘과 쿠키는 산뜻한 과일 향의 핸드드립 커피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동네 주민에게 '커피에 진심인 사람이 지키는 신뢰의 공간'으로 남고 싶다는 김창원 대표. 바쁜 일상 속에서 복잡한 소음을 벗어나 한 잔의 본질적인 커피와 마주하고 싶다면, 낙성대 골목길 ‘카페산다’의 문을 열어보길 권한다.

인터뷰어 : 김유미 사진 : 임남석

[매장 기본 정보]

상호명 : 카페산다 커피전문점

대표자 : 김창원

위 치 : 서울시 관악구 낙성대로22-13 1층 (낙성대역 4번 출구에서 인헌초등학교 정문 맞은편 골목 위치)

영업시간 : 매일 10:00 ~ 22:00 (연중무휴)

대표메뉴 : 핸드드립 스페셜티(파나마 잔슨 게이샤, 케냐 AA,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등), 매일 굽는 수제 스콘·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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